# 오늘 아침은 고소한 계란죽이었다. 밤에 공연하는데, 생각 같아서는 식탁 가득 아침 식사를 차려내고 싶었지만 지민이 간단하게 먹는 다고해서 관뒀다고 석진은 말했다. 그러면서 석진은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죽을 작은 그릇에 덜어주었다. 지민은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숟가락을 들었다.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느새 석진과 먹는 아침이 너무 자연스러워졌...
선제의 칙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왕부의 재물은 누가 가지고 있을까. 석진과 정국이 마음을 정하고 나니 그것이 가장 문제였다. 석진의 아비였던 좌승상은 죽기 전 두 사람을 만난 자리에서 선제가 내린 칙서를 보여주었다. 칙서는 현 황제가 나라를 명백하게 도탄에 이르게 했다면 폐위하고 정국을 새 황제에 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 칙서만 무사히...
# 작은 뚝배기의 뚜껑을 열자 노란색 계란이 자글자글 아직도 끓고 있었다. 파와 고춧가루로 양념된 계란찜은 고소한 내를 풍겼다. 오늘 아침은 토스트 대신 간단한 한식이었다. 대신 지민 앞에 석진이 내려놓은 밥공기는 반쯤만 차있었다. “너무 빵만 먹는 것 같아서. 밥 반 공기는 괜찮지?” “네. 괜찮아요.” “다행이다. 뜨거우니까 천천히 먹어.” 어제와 달리...
몸져누웠을 때의 기억은 온전하지 못했다. 닷새를 황궁에 누워 있다가 영친왕부로 돌아와 또 닷새를 꼬박 누워있었다. 사단이 난지 열흘이 지나서야 석진은 기력을 회복해서 겨우 움직일 수 있었다. 아침에 석진을 보고서 나선 정국이 날이 어두워졌음에도 아직 돌아오고 있지 않았다. 누워있으라는 유 태비의 만류에도 석진은 대문 앞에서 정국을 기다렸다. 진작 자리를 털...
# 돈까스를 사러 나갔다가 길을 헤맸다고 했다. 테스코까지는 잘 갔는데 장보고 돌아오는 길이 헷갈려서 반대 방향으로 갔다고. 같은 자리 몇 번 배회하다가 겨우겨우 길을 찾아왔는데 문이 안 열려서 당황했다고 석진이 말했다. 지민은 석진이 예전에도 방향에 약했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래서 길 찾는 것은 오로지 제 몫이었던 것도. 집에 들어오자마자 석진은 소파에 ...
• Trigger warning : 폭력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정국이 황제와 유 태비를 모시고 제를 치르러 떠났다. 떠나는 길에도 석진을 혼자 두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지 여러 번 돌아보았는데 석진은 배웅하면서 웃는 얼굴로 손을 조금 들어보였다. 정국은 석진의 손을 보다가 가볍게 웃고는 다시 등을 돌려 멀어져갔다. 배웅한 뒤 영친왕부로 돌아오니 반가운 얼...
# 달그락 거리는 자잘한 소음. 코끝을 스치는 맛있는 냄새와 풍겨오는 온기. 평소 양껏 잘 때까지는 알람 없이는 깨지 않는 지민이 감각에 휩쓸려 눈을 떴다. 분명 자기 집이 맞는데 좁은 부엌에서 석진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이게 꿈인가 싶어서 다시 침대에 드러눕다가, !! 어제 석진이 찾아왔다는 사실이 별안간 떠올랐다. 맞아, 어제 형이 찾아왔지. 지민이...
+ 망한 첫사랑의 대서사시, 더딘 늦사랑에 대한 단상 외전. # 오, 나의 슈퍼스타. 조각상이 배구를 하네요. 석진의 첫 올스타 때 캐스터가 했던 말은 아직도 배구 계에 널리 짤방으로 퍼져서 회자되고 있었다. 석진은 그래서 처음엔 조각상의 지읒만 나와도 몸서리를 쳤었다. 물론 선수 짬밥이 쌓인 지금에는 조각상이 배구도 하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이냐고 너스레를...
+ 망한 첫사랑의 대서사시, 더딘 늦사랑에 대한 단상 외전. 무한한 TMI. #2022년에는 부디 달력에 동그라미를, 올해 스물여덟, 김남준은 BT 배구단의 제1 레프트로 등 번호는 10번이다. 남준이 입단하던 해, BT 배구단의 가장 문제점은 제 1, 2 레프트의 부재였다. 원래 뛰던 주전 선수는 경기 중 입은 부상으로 은퇴하게 되었고 한 명은 FA가 되...
순전히 우연이었다. 점수를 내고 습관처럼 경기장 안을 돌아다니면서 기뻐하고 있었는데 시선이 훑고 지나간 2층에서 익숙한 얼굴을 본 것 같았다. 처음엔 동료 선수의 가족을 봤나 했다. 종종 오는 가족들은 이제 눈에 익을 만큼 익숙한 사람들도 많았으니까.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상대방 작전타임 때 잠깐 쉴 때 다시...
+약간의 슙진 요소 이것은 망한 첫사랑의 대서사시였다. 대서사시라고 하면 어쩌면 망한 첫사랑에 비해서 너무 과분한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민의 인생에서는 첫사랑만큼 망했고 망할이라고 욕할 일이 없기에 대서사시라는 단어를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세상에 살면서 첫사랑을 마주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아니 정확히는 첫사랑의 이름을 연호하며 열광하는 사...
• • • 북방의 겨울은 추웠다. 처음 겨울을 맞이했을 때는 각오보다도 너무 추워서 모두가 당황했다. 밖으로 조금만 발을 내딛어도 온 몸을 때리는 매서운 바람과 물을 몇 초 만에 꽁꽁 얼려버리는 온도는 조금만 밖에 체류하더라도 손과 얼굴을 새빨갛게 얼리기에 충분했다. 추위를 많이 타는 석진은 솜으로 누빈 옷을 몇 겹이나 겹쳐 입고 다녔지만 뼛속까지 얼리려 ...
우주를 주고 싶은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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